본문 바로가기

페페의 책과 글/같이 읽을까요?

다가오는 식물/백은영 식물 드로잉

다가오는식물 백은영 식물드로잉

누구나 자기만의 '정원'이 있다. 

내 마음을 빼앗고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들로 둘러싸인 곳.

시간과 공간이 허물어지는 곳.

그 속에서 우리는 홀로 조용히 상상하고, 생각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묻고 답한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내면으로 산책하는 공간.

그곳에서의 쉼이 일상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백은영, 다가오는 식물 中

 

또다시 식물에 푹 빠져 살고 있는 중이다. 
올해 봄이었나. 화분 속 초록을 들여다보며 지내는 시간이 그렇게 좋더니만.
겨울의 초입, 나는 또다시 잎과 꽃과 흙과 화분을 만지고 들여다보는 것에 마음을 쏙 빼앗겼다. 
쏙. 정말 쏙.

다른 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이 일만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깐.

그리고 우연히 '다가오는 식물'이라는 책 에필로그를 읽게 되었는데
마음이 조금 개운해졌다고나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지내고 있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던 차였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내면으로 산책하는 시간.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꽤나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싶어 졌다. 

누구에게나 월동의 시기가 있다. 
아무런 성장 없이, 꽃 피움 없이 추위만 이기면 되는 시기.
추위로부터 뿌리를 잘 지켜낸 식물은 
다가오는 봄이 되면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한번 견뎌낸 추위쯤은 앞으로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내한성도 생긴다. 

대신
다시 피어나야 할 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쉬는 동안, 잠깐 멈춘 동안에도 
볼품없어 보이는 뿌리를 소중하게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것만 잊지 않는다면
피어야 할 꽃은 정말, 핀다.